공간공유 넘어 푸드스타트업 인큐베이터 꿈꾸는 위쿡 "식음료업계 유니콘 키우는 플랫폼 되겠다"

입력 2020-01-07 16:03   수정 2020-01-07 17:51

서울 종로구 사직동, 국내 최초 면세점 건물을 개조해 만든 위쿡(WECOOK) 본사. 한면의 절반 이상이 유리로 투명하게 공개된 주방 안에서 삶은 병아리콩을 으깨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온라인으로 중동요리 허머스를 판매하는 스타트업 '얄라'다. 허머스는 중동과 서구권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아직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낯선 메뉴다. 예전이라면 독자적인 작업실을 마련하는 등 적잖은 초기비용을 투입해야 했다. 하지만 위쿡의 공간과 인프라를 이용하면서 제품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어 투자비용을 크게 줄였다.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소비자의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도 있게 됐다. 브랜드 관리와 마케팅 등 경영지원도 받고 있다.



위쿡은 한국 최초의 공유주방 서비스 업체다. 'BEYOND THE KITCHEN'(주방, 그 이상을 공유하다)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운영사 심플프로젝트컴퍼니의 김기웅 대표는 "창업자에게 공간으로서의 주방 뿐 아니라 배송, 브랜딩, 마케팅 등 스케일업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제공하는 '외식·식품(F&B) 비즈니스 플랫폼'이 되겠다"고 말했다.

◆시설공유에 스케일업 지원까지
위쿡의 시작은 '절실함'이었다. 증권사에서 일하던 김 대표는 도시락업체를 창업하며 F&B 업계에 뛰어들었다. 시장의 반응은 좋았다. 하지만 기대만큼 영업이익이 나오지 않았다. 임대료, 인건비, 식자재비 등 초기투자와 고정비용의 벽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고정비용 부담을 줄일 방법을 고민하던 그가 떠올린 것이 공유주방이었다. 식자재를 공동구매하고 주요 설비를 함께 이용한다면 비용부담을 줄일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법인을 설립한 2015년만 해도 공유주방을 이해하는 투자자가 많지 않았다. ‘외식 창업=자기 주방’이란 고정관념이 강했기 때문이다. 서울창업허브(SBA)에서 시드투자를 받은 2016년부터 세간의 인식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식품 판매가 크게 늘어나고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이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이다.

승승장구하던 사업에 규제가 제동을 걸었다. 식품사업자로 영업신고를 하려면 독자적인 주방시설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조항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정부의 규제샌드박스로 서울지역에 한해 이같은 규제가 해소되면서 숨통이 트였다. 지금까지 총 511팀이 위쿡을 기반으로 F&B사업에 진출했다. 규제샌드박스 통과 이후 1월 현재까지 48개 팀이 추가로 영업신고를 하며 창업에 나섰다.

위쿡의 사업범위는 푸드 스타트업을 위한 인큐베이터라 말하기에 손색이 없다. 사업자들은 시간당 이용료를 내고 주방과 식기, 식자재 창고, 배송 서비스 등을 자유롭게 이용한다. 외식산업 전문가, 푸드 스타일리스트, 인테리어 전문가 등의 컨설팅도 지원한다. 사무공간, 제품 촬영을 위한 스튜디오도 제공한다. 사업이 좀더 커지면 독자적인 공간을 계약해 이용할 수도 있다.

김 대표는 F&B산업을 "보호해야할 소상공인 자영업이 아니라 육성하고 지원해야할 스타트업으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은 기존의 경쟁이 치열한 시장, 레드오션에서 나옵니다. 진입비용을 낮춰 F&B 사업자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부담없이 도전할 수 있는 판을 만들고 이들이 유니콘으로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서울에서 공유주방 격전 예정
공유주방은 차량에 이어 공유경제의 차기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올해 서울에서 한판 승부가 벌어질 전망이다. 미국의 차량 공유서비스 우버를 설립한 트래비스 캘러닉이 서울에 '클라우드 키친' 매장을 열고 공격적으로 시장공략에 나선다. 배달의민족 출신이 만든 '고스트키친'을 비롯해 나누다키친, 개러지키친 등 토종업체의 도전도 거세다.

김 대표는 서울이 공유주방의 격전지로 떠오른데 대해 "인구 밀집도가 높고 IT 인프라, 세계 수준의 모바일 서비스를 갖춰 공유주방에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인구 70명 당 식당이 하나꼴일 정도로 외식업 창업이 활발하다. 공유주방을 이용할 잠재고객 풀이 풍부하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창업부터 스케일업까지 F&B 창업자를 지원하는 노하우는 그 어떤 업체보다 탄탄하게 쌓여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위해 기술투자에 힘을 주고 있다. 인력투입을 최소화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스마트키친'개발을 위해 여러 스타트업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판매, 고객관리 등 백오피스 작업을 지원하는 자체 알고리즘도 개발중이다. 전 직원 120명 가운데 10% 가량이 기술 담당 개발자다.

올해 안에 위쿡 입점 브랜드의 위생관리를 위한 자체 위생 기준도 내놓는다. 온라인판매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소비자들에게 설비, 제조과정의 위생에 대한 믿음을 주기 위해서다.

심플프로젝트컴퍼니는 내년께를 목표로 해외진출을 준비 중이다. 미국과 동남아시아가 첫번째 도전지역이다. "최근 미국에서 에스닉푸드(이국적인 메뉴)가 인기를 끌면서 한식에 대한 관심도 커졌습니다. 위쿡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국의 혁신적인 푸드스타트업이 미국 시장에 도전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입니다. "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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